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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아리랑

정선아리랑이 본조

by 정선아리랑 모임 2024.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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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딧불
아티스트
황가람
앨범
나는 반딧불
발매일
2024.10.21

정선아리랑의 본조


강원도는 우리 국토의 등줄기를 이루는 백두대간의 중심지이다. 그래서 산과 고개와 물줄기로 겹겹을 이룬 산악지대이다. 때문에 강원도는 국토의 오장육부와 같이 산림자원(목재)과 광업자원(석탄)과 생약자원(산삼·약초) 같은 독특한 산림자원을 깊숙이 담고 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으로 심마니와 화전민의 산속(山俗), 뗏꾼들과 짐꾼들의 상속(商俗)과 같은 산악민들의 원초적인 생활사를 보여주는 산악문화가 생생히 담겨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산악문화를 총체적으로 아우르고 있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강원도의 아리랑들이다.

1. 아리랑은 신가 (神歌)다!

그런 이유에선지는 몰라도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호가 '정선아리랑’이다. 아리랑은 본질적으로 신가(神歌)였다. 이 말은 인간이 산신에게 드린 노래라는 뜻이다. 바로 인간에 대한 산신의 화답이 '메아리'인데 이것이 아리랑의 맨 처음 모습이다. 때문에 우리 민족이 처음으로 정착하여 살던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한 강원도 산악지대가 아리랑의 발원지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아리랑의 어원도 바로 이 ‘메아리’에서 시원된 것이다.

‘메’는 ‘山’의 우리말이고 ‘아리’는 ‘소리’라는 뜻이다. 이를 다시 풀면 ‘뫼(山)+아리(소리)→메아리’는 ‘산의 소리’ 또는 ‘산의 노래’이다. 그리고 〈메아리〉는 ‘메나리조’라는 산악 기층음의 명칭으로 정착되고, 다른 갈래로는 다시 ‘뫼(山)’가 자연 탈락되면서 ‘소리’의 뜻인 ‘아리’만 남아 구전되다가 다시 모음의 첨가로 ‘아(라)리’(정선), ‘어(러)리’(횡성),‘우(러)리’(연천), ‘아(라레)이’(삼척) 등으로 정착한 것이다.

이것은 3음보와 3박자를 좋아하는 우리 민족의 원초적인 음악 정서에 따라 자연스럽게 첨삭·변화된 것이다. 그리고 다시 이것에서 ‘o’의 첨가로 ‘~랑. ~렁, ~성’으로 정착하게 된 것이다. 이런 현상의 증거가 초기의 아리랑 관련 문헌에서‘아리렁 ·아리령 ·아리랑’ 등으로 나타나고, 중원지역에서는 ‘아라성’이라 불린다는 사실에서 입증된다.

실제 인제 지역의 소리꾼 박해순 선생의 뗏목 아리랑에서는 “아리~잉 아리~잉 아라리요”라는 후렴을 들을 수 있다. 선생은 “소리에 멋을 내다보면 혀가 굴러야 되는데 그러면 자연스럽게 콧소리로 잉~잉이 들러붙는다”라고 말씀하신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이 증언은 고려가요 ‘청산별곡’의 후렴인 얄리얄리 얄라성 얄라리 얄라’에서 이미 보여지듯 ‘o’ 음은 우리 민족 정서에 원초적인 선호 음이다.

우리가 처음 태어나 내는 소리가 “으아앙”이라는 울음소리인데 바로 그것이 3음보화가 되며 ‘o’ 음이 중심이 된다. 역시 어리광을 표현하는 소리나 성적 홍분 상태에서 내는 콧소리 같은 원초적인 발성에서도 3 음보화와 ‘o’ 은 존재한다. (‘진도 아리랑’의 “응응 응~”은 바로 이 경우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가장 먼저 배우게 되는 인체와 관련된 의성어에서나 친족어(어머니 ·아버지 등)의 경우에 ‘o’ 음과 3 음보가 많이 쓰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가슴이 “콩콩콩” 뛴다는 표현이나 방귀 소리를 “뽕”이라고 하는 것이 같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어쨌거나 아리랑의 어원을 산의 소리인 ‘메아리’에서 연유했다고 보게 될 때 당연히 강원도가 아리랑의 발원지임은 틀림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강릉·학산 농투성이들은 그 명칭을 ‘아라리’나  '사리랑’이라 부르고, 인제 지역 심마니들은 ‘메나리(미나리)’ 삼척 ·태백 지역의 화전민들은 ‘아라레이’, 정선 지역민들은 ‘아라리’, 횡성 회다지꾼들은 ‘어러리’라고 부르는데, 이런 여러 가지 아리랑의 구전 지역 중에서 그 발상지는 과연 어디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하자면 아리랑이 맨 처음 출연했거나 가장 오랜 형태(원형성)를 지닌 모습으로 제대로 전승되어 오는 아리랑의 고향은 어디인가 하는 물음이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강원도 지역에서 ‘아리랑’이라고 부르는 경우는 드물다. 일부 춘천 지역과 원주 지역에서 ‘아리랑’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춘천의 고로들은 ‘메나리’라고 부르고 있어 강원도에서의 ‘아리랑’ 명칭은 일제강점기 초기쯤에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볼 때 이들 명칭이 ‘아리랑’이라는 일반적인 명칭 외에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사실은 모두가 나름대로의 기층언어를 갖고 있어 차별성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앞에서 제시한 뫼(메山)아리’ → 뫼(메〔山〕)탈락 → ‘아리, 어리, 우리’라는 변화 과정에서‘아리, 어리, 우리’의 원형성이나 그 변화의 선후를 구분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해서 어느 지역의 것이 더 원형성을 지녔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므로 어쩔 수 없이 객관적인 연구방법 즉, 음악적인 면과 문학적인 면에서 추정할 수밖에 없는데 음악적인 면에서는 모두 ‘메나리 조(調)’라는 기층성을 지니고 있어 구분이 불가능하다. 다만 장식음의 여부와 그 양태로서 단서를 찾을 수가 있는데, 이 역시 도시화가 빨랐던 춘천 ·원주·철원 등을 제외하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거의 엇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어 이것으로도 그 구분이 쉽지 않다(이는 전적으로 필자의 음악적 지식 부족 탓이다).

2. 지역별 아리랑 채록 숫자

이제 남은 것은 노랫말의 적층성과 거기에 담겨있는 의미를 추적하는 방법으로서 문학적인 측면에서 살피는 방법이다. 이는 노랫말의 단층 구조에서 그 시대상과 의미들을 추적해 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지역의 소리가 가장 뚜렷한 적층 현상을 보이는가? 여기에서는 이것이 선결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그 현상을 어쩔 수 없이 수량으로 표시할 수밖에 없다.

정선아리랑이 약 10,000여 수, 횡성이 80 여수, 영월이 60여 수, 평창이 60여 수, 삼척과 태백이 120여 수, 강릉이 40여 수, 중원이 3O여 수, 춘천이 5O여 수, 철원이 20여 수, 원주가 20여 수로 확인된다.

물론 제시된 숫자는 지역간에 노랫말이 넘나들기 때문에 딱히 구분 지어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편의상 필자의 조사자료에 의해 산출된 숫자이다. 산출 방법은 정선아라리를 기준으로 각각의 노랫말에서 고유성과 차별성을 고려하여 노래판의 상황에서 기능이 분명하게 다른 것을 대비하여 추산한 것이다.

분명히 밝히는 것은 과학적인 검증 방법은 아니라는 점이며, 전적으로 필자의 답사 조사 자료에 의지한 사실이다. 그러나 상호 비율은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점도 분명하다. 어떻든 이 같은 비율을 인정한다면 결국 정선 지역을 중심으로 그 노랫말 수가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현상도 인정하게 된다. 또한 노랫말의 단층에서는 시대상과 생활상이 그대로 나타날 뿐만 아니라 산악민들의 원초적인 심성도 풍부하게 담고 있음이 확인된다.

3. 가장 대표적인 아리랑

말하자면 조혼에 대한 여성의 반발, 외지에 대한 강한 동경심, 산나물로 보릿고개를 넘겨야 하는 가난의 설움 등이 사실적으로 투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매우 주목되는 사실들로서 결국 아리랑의 고향을 정선이라고 보는 중요한 실마리가 되고 있다. 그렇다고 곧이 곧대로 아리랑이 정선 지역에서 태어났다고 단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답변은 누구도, 어떤 방법으로도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정선 지역에서 원형성이 짙은 아라리가 가장 많은 노랫말로 적층 되어 오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정선아라리를 여러 아리랑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아리랑으로 꼽는 것이다.

이로서 우리는 ‘강원도의 아리랑’이란 곧 ‘정선아라리’라고 말하는데 크게 무리가 없다고 보게 된다. 그러므로 굳이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대체적으로 강원 지역의 여러 아리랑들은 ‘정선 아라리’에 맞닿아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때문에 정선아리랑은 이들 여러 아리랑의 ‘본조(本調)’라는 표현이 가능한 것이다. 즉 강원도의 여러 아리랑들을 ‘정선아리랑(아라리)’으로 총칭해도 무리가 없음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 정선아리랑은 우리나라 모든 아리랑의 본조”가 되는 것이다.

아리랑의 본조(글 김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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