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아리랑-산수편
정선아리랑의 산수편에서는 정선이 험준한 산악 지형으로 외지와 차단된 척박한 땅이었음을 잘 알 수 있다. 그 속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찬양하고 이를 통해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가사로 많이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부분이 탄생하게 된 동기는 정선 지역의 자연환경과 주민들의 삶, 그리고 민요의 문화적 맥락에서 찾을 수 있다.
1. 첩첩산중 두메산골, 정선 지역의 자연환경
일찍이 조선 중기의 인문지리학자 이중환은『택리지』에서 “무릇『택리지』에서“ 나흘 동안 길을 걸었는데도 하늘과 해를 볼 수 없었다”라고 정선 땅의 가파른 산세를 표현했다. 정선은 해 뜨자 해 넘어가는 두메산골이었다. 오랜 옛날부터 정선 사람들은 첩첩 산골에 묻혀 사는 설움과 하루하루 고달프고 쓸쓸한 삶을 정선아리랑 가락에 담아 풀어나갔다.
정선은 고개가 많다. 정선이 아리랑 고을이어서인지 돌고 돌아 넘고 넘어 고개가 많다. 얼마나 높으면 ‘별을 손으로 만질 수도 있다’라고 하는 성마령(成摩嶺)이 정선에 있다.
♬ 아질아질(1) 성마령(成摩嶺) 야속하다 관음베루(2)
지옥 같은 정선읍내(旌善邑內) 십 년 간들 어이 가리.
(1). 평창과 정선 사이에 있는 재로서 옛날 정선의 관문이다. 원님이 가마를 타고 이 재를 넘어오고 넘어갔다.
(2). 정선으로 들어오는 낭떠러지 길(舊路)
♬ 아질아질 꽃베루(1) 지루하다 성마령(成摩嶺)
지옥(地獄) 같은 이 정선(旌善)을 누굴 따라 나 여기 왔나.
(1). 북면 남평과 여량 사이에 있는 낭떠러지 길 이름
★註 : 이 노래는 조선 중엽, 이 고을에서 선정을 베푼 오횡묵 군수 부인이 지었다는 노래다. 원님 부임 시 가마를 타고 정선으로 오는데 높고 험한 성마령을 넘고 지루한 관음베루를 지나는 길은 생전 처음 보는 절벽 길이었다. 참기 어려운 고생을 하고 울면서 들어온 심정을 읊은 노래다. 이 군수 부인은 떠날 때에도 또 울고 갔다 한다. 옛날, 이 고장에 부임한 군수들은 처음 올 때에는 산골에 간다는 서러움과 부임 도중 길이 험하여 울면서 들어왔다. 그러나 여기서 살아보니 산수 좋고 인심이 좋아 다른 어느 곳보다도 정 들이고 살다가 다시 떠나려 하니 떠나기가 싫어서 울고 떠났다 하여「울고 왔다 울고 간다」는 곳으로 이름 지어졌다..
정선은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깊은 산과 맑은 강이 어우러진 자연경관으로 유명하다. 특히 정선 아우라지와 같은 지역은 산수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소이다.
주민들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며 산과 강에서 삶의 터전을 일구었다. 자연의 풍경은 단순히 아름다움의 대상으로 끝나지 않고, 생존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따라서 정선아리랑의 산수편은 주민들이 자연에 대한 애정과 고마움, 그리고 경외심을 노래로 표현하게 된 것이다.
2. 자연의 풍요로움과 조화
무릉도원은 풍요롭고 조화로운 자연의 공간으로 묘사된다. 정선 지역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자랑하며, 이 자연과 어우러진 평화로운 삶에 대한 이상이 자연스럽게 민요 가사에 녹아들어 있다. 특히, 정선아리랑에는 산과 강, 나무와 같은 자연적 요소가 많이 등장하는데, 무릉도원은 이러한 자연의 아름다움과 이상적인 인간 삶의 결합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소재로 적합했다.
♬ 이웃집은 다문다문 산(山)은야 울우리(1) 창창하니
산수(山水) 좋고 인심(人心) 좋아서 무릉도원(武陵桃源)(2)일세.
(1). 울울이
(2). 사람이 살기 좋은 별천지. 선경(仙境)
♬ 만첩산중에 들새들은 숲에서나 우는데
달이야 밝거들랑 배 띄워 놓고서 놉시다.
◈. 千家雲樹 遠蒼蒼(천가운수 원창창) 不意桃源 在此鄕(불의도원 재차향)
山靜烏啼 叢桂樹(산정오제 총계수) 月明人語 木蘭丹(월명인어 목란단)
★註 : 위의 두 가사는 조선시대 후기에 신석균이 정선 군수로 부임하여 보니 인가가 드문드문하며 나무숲이 우거져 울울창창하다. 수려한 산수경개와 인심이 좋아, 이곳을 무릉도원이라 하였다. 산들은 고요한데 새들만이 숲 속에서 지저귀며 사람들은 달 밝은 밤 맑은 강에 배를 띄워 놓고 노니는 것을 보고 찬미하며 읊은 한시를 아리랑으로 부른 것이라 한다.
♬ 정선(旌善)의 구명(舊名)은 무릉도원(武陵桃源)(1)이 아니냐
무릉도원(武陵桃源)은 어데 가고서 산(山)만 충충하네.
(1). 살기 좋은 별천지
★註 : 고려 충렬왕 시대 정선을 도원이라 호칭하였을 때에 읍터가 남면 증산에 있었다. 그 후 공민왕 시대에 읍터를 정선으로 옮기게 되었다. 이때부터 이 고장을 산자 수려하고 인심이 좋아 사람이 살기 좋은 선경이라 하여 무릉도원이라 했다. 이 노래는 읍터가 무릉에서 정선으로 옮겨진 후 증산 일대의 쓸쓸한 모습을 읊은 노래이다.
♬ 일 강릉(江陵) 이 춘천(春川) 삼 원주(原州)라 하여도
놀기 좋고 살기 좋은 곳은 동면(東面) 화암(畵岩)이로다.
3. 농경사회의 삶과 자연의 밀접한 관계
정선 지역은 농업과 산촌 생활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였기 때문에 자연은 생업의 중요한 배경이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사람들은 자연을 단순한 환경이 아닌 삶의 일부로 인식했다. 자연을 노래하는 것은 그들의 정서를 담아내고 삶을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정선아리랑은 자연의 이미지를 인간의 감정과 결합하여 표현하는 특징이 있다. 자연을 노래하는 산수편은 사람의 희로애락을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발전하게 되었다.
♬ 맨드래미 줄봉숭아는 토담이 붉어 좋고요
앞 남산 철쭉꽃은 강산(江山)이 붉어 좋다.
♬ 정선같이 놀기 좋은 곳 놀러 한번 오세요
검은 산 물밑이라도 해당화(海棠花)가 핍니다.
♬ 나물 바구니 둘러메고 동산 나물을 가니
동삼(冬三)(1) 쌓였던 마음이 다 풀리는구나.
(1). 겨울
♬ 봄철인지 갈철인지 나는 몰랐더니
뒷동산 도화춘절(桃花春節)(1)이 날 알려주네.
(1). 살구꽃 피는 봄철
*. 뒷동산 대신 앞 남산(南山)이라고도(南山) 부름.
♬ 일락(一樂) 서산(西山)에 해 떨어지고
월출(월(月)出) 동령(東嶺)에 달이 솟았네.
♬ 창밖에 오는 비는 구성지게 오잔나
비 끝에 돋는 달은 유정(有情)도나 하구나.
♬ 이 철인지 저 철인지 나는 몰랐더니
얼었다 살짝 녹으니 봄철이로구나.
♬ 앞 남산 적설(積雪)이 다진토록(1) 봄소식을 몰랐더니
비봉산(飛鳳山) 행화춘절(杏花春節)이 날 알려 주네.
(1). 다 녹는다.
★註 : 정선에 낙향한 선비가 정선에 와 보니 과연 무릉도원으로서 선경이며 피난처로 이름난 산들이 많다. 험한 세파를 멀리한 이곳은 다만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인정과 믿음이 가득한 곳이라며 노래했다.
아름다운 꽃이 가득 피어 있는 곳이라는 것과 이러한 곳에서 풍월만을 벗 삼고 살아가니 세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알 필요가 없으며 다만 뒷동산에 살구꽃이 피면 봄철임을 알 뿐이라는 낙향 선비의 노래라 한다.
♬ 저 건너 저 산이 계룡산(鷄龍山)이 아니냐
오동지 섣달에도 진달래가 핀다.
♬ 정선사십리(旌善四十里) 발구럭 십리에 삼산(三山) 한치인데
의병 난리가 났을 때도 피난지로다.
♬ 강원도 금강산 제일가는 소나무
경복궁 대들보로 다 나가네.
♬ 정선 앞 한강수(漢江水)는 소리 없이 흐르고
옛 조상(祖上) 옛 시(時)는 변함이 없다.
♬ 만첩산중에 썩 들어가니
두견새 접동새가 슬피만 운다.
♬ 앞 남산(南山) 불 뼝대 끝에는 솔개미 한 쌍이 돌고
늘어진 나무 가지엔 꾀꼬리 한 쌍이 돈다.
♬ 동백나무 상가지야 내 연설을 들어라
날 상봉하려거든 자짬뿍(1)이나 열게
(1). 많이 많이
♬ 앞 남산 참뻐꾸기는 초성도 좋다
세 살 때 듣던 목소리 변치도 않았네.
♬ 춘삼월에 피는 꽃은 할미꽃이 아니요.
동면산천(東面山川) 돌산 바위에 진달래 핀다.
♬ 둥둥에 잿마루에 신배나무 심어서
오시는 님 가시는 님의 정자나무 합시다.
♬ 비행기(飛行機) 재 말랑이 자물쇠 형국인지
한 번만 넘어오시면 넘어갈 줄 몰라요.
♬ 솔보둑이 쓸만한 것은 전봇대로 나가고
논밭전지 쓸만한 것은 신작로(新作路)로 나가세.
♬ 고향을 등진 지 이십여 년(二十餘年)인데
살기 좋고 인심(人心) 좋아 나는 못 가겠네.
결론 : 산수편의 역할과 의미
정선아리랑의 산수편은 험준한 첩첩산중, 고달프고 쓸쓸한 생활 속에서도 인심이 넘치는 순수한 삶을 노래한다. 정선 사람들의 단순한 자연 찬양을 넘어, 고된 삶 속에서 자연을 통해 위로와 희망을 찾으려는 주민들의 염원이 담긴 문화적 산물이다. 또한, 산수편은 고향과 자연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며 정체성과 연결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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